음식의 가치도 '뒤웅박 팔자'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처럼, 음식의 가치도 '어디에 붙어있느냐'가 결정하는 냉정한 현실
가만히 바라본다.
소고기와 함께 먹는 쌈무
오리고깃집에서 함께 먹는 쌈무
뭔가 감칠맛이 돌면서,
입안을 헹궈주면서 쌈무 위에 올라간 홀그레인과 머스터드..
무가 이렇게 고급진 음식이었던가.. 감탄을 하게 된다.
그래서 그 고급진 쌈무를 사기 위해서 마트에 갔다.
3,800원...
커다란 무가 하나에 1,500원 하던데..
그 쥐똥만큼 담아낸 쌈무가 3,800원이라니..
이해한다.
그 쌈무의 용도는 소고기와 훈제오리에 쓰는 것이렸다.
3,800원짜리 쌈무.. 귀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남은 쌈무를 조용히 밀폐용기에 담아서 냉장고에 보관했다.
값이 없는 존재: 공짜의 팔자에 갇힌 '단무지'의 아이러니
그리고 며칠 후..
가만히 바라본다..
테이크아웃 치킨집에서 수없이 쌓여있는 치킨무..
치킨무 500원..
가격을 싸게 파는 치킨집이다 보니 소스로 별도, 치킨무도 별도..
500원.. 쌈무와 치킨무는 태생이 똑같다.
소금과 설탕과 식초에 담가진 애들..
하지만 나는 그 순간 고민했다.
500원? 굳이 먹어야 할까? 그래 500원 아깝지만 먹어주자
사장님 치킨무도 추가해 주세요.
500원 맞죠? 원래 공짜로 주는 거 아닌가요?
치킨 뒤에 붙어살던 치킨무는 이렇게 홀대를 받고 있었다.
쌈무 마트에서 3,800원..
치킨무 치킨집에서 500원..
무슨 잘못을 얼마나 했길래 가격 차이가 8배가 나는 거냐..
그때 가장 억울한 애가 생각이 났다.
단무지..
얘는 값이 없다..
얘도 똑같이 무로 태어났고 무로 자랐고,
똑같인 소금과 식초와 설탕을 머금은 아이인데..
얘는 짜장면 뒤웅박에 붙은 팔자로 인해서 값이 없다..
마구 퍼먹어도 되고, 마구 달라고 해도 그냥 가져다준다..
생각해 보니 그렇다.
단무지를 마트에서 산 기억이 없다.
공짜로 퍼먹던 걸 사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것이다.
음식의 본질은 같아도 '어디에 붙어있느냐'가 가치를 결정한다
쌈무와 치킨무.. 단무지..
참 아이러니하다.
어디에 붙어있느냐에 따라서 가치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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