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노티드도넛이 지고 '성심당'이 뜨는 이유, 유통구조를 파괴한 '희소성의 시대'
파리바게뜨, 노티드도넛, 이삭토스트가 지고 이 브랜드가 뜨는 이유
K-빵값의 역설: 독과점 유통 구조가 빵값을 높이고 '단 6개 매장' 성심당에 밀리는 이유
얼마 전 뉴스 기사에서 성심당이라는 빵집이 파리바게뜨의 영업이익을 넘어섰다는 소식을 봤습니다. 물론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전국에 단 6개 지점밖에 없는 성심당이 거대한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이겼다는 건 의미심장한 일입니다.
이는 단순히 돈을 잘 벌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희소성'이 있는 브랜드를 더 선호하고 있습니다. 브랜드가 희소성이 없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빵값이 비싼 이유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놀라는 것 중 하나가 빵값입니다.
빵값이 유독 왜 대한민국에서만 이렇게 비쌀까? 그 이유 중 하나는 독과점 구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예전부터 삼립, 샤니 같은 브랜드들이 존재했지만, 이들 모두가 사실상 SPC 그룹 소속입니다. 전국의 마트,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빵의 대부분이 이 회사 제품입니다.
해외에서는 다양한 빵 회사들이 경쟁하면서 시장이 형성되지만, 한국에서는 SPC나 CJ가 사실상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일본만 하더라도 메이지유신 시기를 거치면서 서양식 식문화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빵을 주식처럼 소비하는 문화가 형성되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전통적으로 '밥심'으로 살아온 나라였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에도 밀가루가 원조 식량으로 들어와 국수, 칼국수, 짜장면, 떡볶이 같은 혼분식 문화가 발달했죠.
빵은 주식이 아니라 별식이었기 때문에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몇몇 대기업이 시장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경쟁자가 없는 독과점 구조가 고착되면서 혁신이 점점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유통 구조가 가격을 높인다
빵은 밀가루로 만드는데, 한국의 빵은 거의 수입 밀가루로 만들어집니다.
환율이 오르면 원재료비가 상승하고, 우유값도 같이 오릅니다. 게다가 저출산과 젊은 층의 인구 감소가 지속되면서 핵심 우유 소비층인 아이들과 군인의 숫자가 줄어들었고, 이로 인해 우유값이 더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우유값이 비싸지면 자연스럽게 빵값도 상승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신라제과라는 브랜드가 프랜차이즈로 등장하면서 생크림 케이크로 유명했지만, 어떤 매장은 맛있고 어떤 매장은 맛이 없으며 위생 상태도 들쑥날쑥했던, 이른바 '점바점'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당시 균일한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리바게뜨가 등장하면서 시장을 점령했습니다.
어느 매장을 가도 균일한 품질과 깔끔한 서비스(QSC)를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개인 빵집들의 품질이 올라오고, 파리바게뜨는 공장에서 제품을 대량 생산해 유통하는 구조로 변화했습니다. 그 결과, 물류비, 제빵사 급여, 인건비 등이 증가하면서 빵값이 계속 상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레거시의 몰락: 파리바게뜨는 '유통'에, 이삭토스트는 '메뉴 확장'에 발목 잡혀 무너지는 구조
중간 유통 과정에서 나가는 비용이 급증하고, 가맹점주의 수익 보장과 본사의 수익 유지를 위해 소비자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그렇게 가격이 올라가면 똑똑해진 소비자들에게 점점 외면받게 됩니다.
소비 행태의 변화
과거에는 공중파 3사에서 송출하는 방송을 좋든 싫든 모두가 똑같이 시청했던 것처럼, 특정 프랜차이즈가 뜨면 너도나도 따라가는 소비 방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이른바 '소품종 대량생산 시대'였죠. 하지만 지금은 유튜브 채널처럼 수백 개의 방송을 각자의 취향에 따라 선택해 시청하는 것처럼, 소비자들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똑같은 브랜드를 찾기보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브랜드를 선택하는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로 변화했습니다.
그렇다면 파리바게뜨도 특별함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메가커피나 빽다방처럼 저가 빵집으로 전략을 바꾸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현재의 유통 구조로는 가격을 더 낮추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결국 살아남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빵뿐만 아니라 밀키트, 샌드위치, 커피 등 식사와 음료까지 함께 판매하여 동네 고객들이 한 번이라도 더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본사는 다양한 품목을 물류 공급하면서 수익을 유지할 수도 있지만, 가맹점은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만큼 매출이 증가하더라도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수익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결국,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그 파리바게뜨를 차리는 비용은 최소 3억~4억이 들어가죠 그 가맹점들의 투자금회수또한 요원한 일이 된 것입니다.
성심당의 성공, 노티드도넛의 위기
반면에 대전에서 시작한 성심당은 유통 구조가 단순합니다.매장에서 직접 만들어서 그 자리에서 판매하죠.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완제품과 반제품으로 나누어 전국으로 배송하고, 가맹점을 관리하며 판관비를 지출하는 파리바게뜨와 달리, 성심당은 매장이 빵을 생산하는 공장이자 직접 판매하는 매장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단순한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성심당은 중간 유통 과정이 없으니 빵 가격이 자연스럽게 낮아지고, 매장에서 직접 만든 제품을 즉시 판매하기 때문에 품질 또한 더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빵집의 미래는 이런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앞으로는 높은 품질을 가진 브랜드가 공장 역할과 판매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며, 유통 구조를 줄이고 가격을 낮추는 형태로 변화할 것입니다. 과거에는 개인 빵집이 파리바게뜨 같은 프랜차이즈와 경쟁하기 어려운 시대였다면, 이제는 품질 좋은 개인 빵집이 파리바게뜨 근처에 입점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결국 소비자들은 개인 빵집에서 품질 좋은 제품을 구매하고, 개인 빵집에서 찾을 수 없는 특정 제품만 파리바게뜨에서 선택적으로 구매하는 형태로 변할 것입니다. 마치 스마트한 소비자들이 쿠팡에서 저렴하고 좋은 상품을 구매하고, 쿠팡이 제공하지 못하는 신선식품만 마트에서 구입하는 방식처럼, 대형 프랜차이즈 중심의 시장 구조가 점점 변화하고 있습니다.
노티드도넛의 치명적 악수: '희소성'이라는 무기를 버리고 '프랜차이즈화'를 선언한 브랜드 가치의 자해
소비자들은 이제 "그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을 원합니다.
성심당이 대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브랜드로 자리 잡은것처럼 노티드도넛은 원래 성심당과 비슷한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핵심 상권에만 직영점을 두고, 특정한 장소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브랜드로 키웠죠.
그런데 갑자기 노티드도넛이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프랜차이즈 사업뿐 아니라 메가커피나 교촌치킨같은 특별함과 희소성이 있는 브랜드가 아니라 평소에 부담없이 즐기는 브랜드들과 협업까지 진행을 하고 있어요 이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행위입니다. 희소성이 사라지면 소비자들은 금방 질려버립니다. 초반에는 반짝 인기를 끌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브랜드로 자리를 잡아놓고, 반대로 스스로 특별함과 희소성을 내려놓는 상황이 된 것이죠
인건비 폭탄의 교훈: 이삭토스트와 프리미엄 김밥이 '실시간 조리' 때문에 망하는 비극
이삭토스트의 변화와 미래
노티드도넛과는 좀 더 다른 형태의 안타까운 브랜드가 하나 있는데 그 브랜드는 이삭토스입니다.이삭토스트는 가성비가 강하고 서민들의 창업아이템으로 손색이 없는 브랜드였습니다. 정말 원가가 싼 재료를 가지고 가성비있게 팔던 브랜드였는데….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미국형 햄버거 브랜드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샐러드 전문점들도 샌드위치를 함께 판매하며, 파리바게뜨 역시 다양한 샌드위치를 출시하면서 가성비 좋은 식사 옵션들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단순한 토스트만으로는 고객을 끌어들이기가 어려워졌죠.
결국 파리바게뜨가 밀키트, 커피, 샐러드 등을 추가한 것처럼, 이삭토스트도 메뉴 확장에 나섰습니다. 불고기버거, 치즈버거, 새우버거처럼 토스트의 종류가 점점 많아졌고,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기 위해 전처리 과정을 거친 제품들을 유통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원가가 상승하게 되었고, 과거에는 한 사람이 모든 과정을 담당하며 운영할 수 있었지만, 메뉴가 많아지면서 이제는 최소 두세 명의 직원이 필요해졌습니다.
인건비가 늘어나고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더 많은 판매량이 요구되었고, 결국 배달 서비스까지 도입되면서 운영의 복잡성이 더욱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구조에서 벗어나 점점 더 운영이 어려워지는 결과를 초래한 것입니다.
이럴 때 등장한 것이 성심당 샌드위치입니다.
고기한쌈샌드위치 6,000원
항상 그렇듯이, 주문을 받아서 만들기 시작하면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미리 만들어 놓고 판매하면 사람들이 몰려도 문제없이 대응할 수 있죠. 지금 이 상황은 과거 프리미엄 김밥 시장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값싼 중국산 재료로 미리 대량 생산해 1,000원에 판매하던 김밥천국 같은 브랜드들이 성행했지만, 결국 사라졌습니다. 그 빈자리를 질 좋은 식재료를 사용해 고객 주문 즉시 만들어주는 3,000원대 프리미엄 김밥 브랜드들이 대신했죠.
하지만 이러한 프리미엄 김밥 브랜드들도 주문이 몰리는 점심시간대에는 혼자서 공정을 쳐낼수가 없으니 좁은 주방에서 여러 명이 동시에 김밥을 싸야 했고, 인건비급증으로 인해 운영이 점점 더 어려워졌습니다.
김밥만으로는 수익이 나지 않다 보니 라면, 우동, 떡볶이, 만두까지 메뉴를 확장하게 되었고, 인건비와 고정비가 증가하면서 결국 배달까지 도입하게 되었지만, 배달수수료라는 또 다른 형태의 온라인임대료가 나가면서, 이러한 운영 방식은 지속되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바르다김선생, 로봇김밥, 바푸리김밥, 찰스숯불김밥, 가마솥김밥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브랜드들이 점점 쇠퇴하게 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결국 소비자들은 퀄리티 높은 제품을 원하면서도,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브랜드보다 희소성이 있는 브랜드를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백화점 지하 푸드코트에 지역 유명 김밥 브랜드의 간판을 내걸고, 미리 만들어 놓은 김밥을 프리미엄 식재료를 강조하며 포장 판매하는 방식으로 진화한 것입니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면 한우를 넣어도 수익성이 맞는 구조가 됩니다.
이와 같은 원리로, 이삭토스트처럼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고 원가 부담이 커지는 구조보다는, 미리 만들어 놓고 판매할 수 있는 성심당 샌드위치 같은 브랜드가 더 경쟁력이 있을 것입니다.
결론: 창플 법칙, 미래의 빵집은 '공장과 판매점 통합'으로 인건비 줄여 '희소성'을 팔아야 산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원칙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 소비자들이 찾고 싶은 브랜드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공장과 판매직이 함께 가야 한다 – 생산과 판매를 한 곳에서 해결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가격은 낮고, 품질은 높으며, SNS에 올릴 만한 브랜드만이 살아남는 시대입니다. 이게 바로 빵집과 샌드위치 창업의 미래가 될 것입니다. 주문을 받고 만드는 것이 아니라, 미리 만들어 판매하는 방식으로 가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가격을 낮출 수 있습니다. 이는 과거 프리미엄 김밥 브랜드들이 실패하고, 백화점 푸드코트에 미리 만들어 놓은 김밥이 대체하는 과정과 같은 흐름입니다.
빵집과 샌드위치 창업의 미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할 것
공장과 판매점을 통합하여 유통 비용을 줄일 것
소비자가 직접 홍보하게 만들 것
가격은 낮고, 품질은 높으며, 희소성이 있는 브랜드가 살아남는 시대입니다. 초보 창업자들은 이 점을 꼭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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