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스 창업의 역설—'섭취'를 목적으로 한 식당은 망하고 '외식'을 목적으로 한 경양식은 산다 [방배글로리]

돈가스 창업? 돈까스집과 경양식집은 틀립니다. [방배글로리]

12월 31일 어느 돈가스집에서 날아온 문자입니다.

오전부터 만석.. 저녁 밤까지 만석

여기 돈가스집은 자리가 좋지도 않고, 투자를 많이 한곳도 아니고..

근데 왜 .. 특별한 25년의 마지막을 하려고 이곳에 사람들이 몰린걸까요

수제의 배신: 점주 노동으로 원가를 가리는 '가짜 프리미엄' 돈까스의 실체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돈가스가 부담없는 음식이라는겁니다.

그래서 그 부담없는 돈까스를 부담없이 대접하기 위해서,

과거에는 절대 하지도 않았던 돼지고기 두드리기를 시전하기도 합니다.

왜냐면,

생고기를 받아서 해야.. 원가가 낮아지기 때문이에요

원래.. 고기두드려서 빵가루까지 붙여서 공급받아서 장사하던 집들이 갑자기.. 수제?? 프랜차이즈라면서 수제?? 갑자기 자신들의 원가를 낮추기 위해서 두드리기 시작한겁니다.

그렇게 점주노동을 기반으로 낮춰진 원가에 마진듬뿍 들어간 소스와 식재료공급으로 기어이 점주원가는 40%로 맞춰놓고 또 사업을 합니다.

과거에는,

오히려 돈가스창업이 전성기일때가 있었어요

잊혀진 기억: 생일날의 설렘이 담긴 '경양식'에서 '기사식당'으로 전락한 역사


왜냐면,

원래 돈까스는 경양식이었기 때문입니다.

양식앞에 가벼울경이라는 글자를 하나 넣고, 가볍게 즐길수 있는 양식이라는 뜻으로 우리가 알던 그 집이었죠

그 경양식으로 가던 기억은 항상 즐거웠습니다.

생일날 입학식 졸업식..

굳이 코스라는 말을 안썼어도,

식전빵과 스프와 한접시에 돈가스 생선가스 비후까스 샐러드까지 ..

즐거웠죠

그러는 와중에..

제가 초등생때 기억에 국내 최고층빌딩 63빌딩에서 일식당이 문을 열고 그곳에서는 일본식 두껍돈가스에 된장찌개가 나오는 일식형 돈까스집이 등장을 했습니다.

센세이션이었죠

어쨌든, 그 돈가스집은 말만 돈가스였지 사실상 외식형 식당이었어요

부담없이 갈곳은 아니었고, 살짝 생각은 하고 갈곳이었죠

그러다가,

그 돈가스를 가성비있게 파는 형태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바로 기사식당버전 돈가스집이죠

방식은 간단합니다. 스프는 당신들이 떠먹어라 .. 격식은 없지만 푸짐하게 줄께

가격도 확 낮췄죠

기사식당에서는 아주머니들이 연신 150그램짜리 돼지고기를 미친듯이 두드려서 납작만두를 만들었고,

그것을 프랜차이즈화 시킨게 돈까스클럽이었죠

그리고 한쪽에선, 또 다른 프랜차이즈가 등장합니다. 기소야 짝퉁 미소야

과거 기소야는 지금과는 틀리게 정말 일본사람이 일했습니다. 장인정신이 깃든 일본식가정식집이었죠..

바테이블앞에서 덴뿌라를 튀기는 장인의 모습이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구내식당 1800원 할때 저는 그 집에서 6천원짜리 돈부리먹었습니다.

무한으로 먹을수 있는 함바집가격이 2천원도 안할때 6천원에 파는 기본 돈가쓰덮밥 돈부리.. 그 미친듯이 짠 소스가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기소야는 외식형 식당이었어요

그런데. 또 기어이 그걸 가성비화 시킵니다. 미소야..

그리고 그 미소야는 승승장구 합니다.

일본식캐주얼일식의 효시였죠

그리고 그 이후 코바코같은 비스무레한 돈가스집들이 무한으로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문제가 생기는겁니다.

분명히 수요는 엄청 많은건 확실한데.. 퀄리티가 점점 낮아지는거죠

그러수밖에 없는게.. 이 돈가스로 사업을 하려면, 돈가스패티를 납품해야 하는데..

1000원짜리 돼지고기를 가공하고 빵가루묻혀서 공급해버리면 이게 3천원이 넘어가는겁니다.

그러면 그 3천원이 넘는 고기에 소스들어가고 기름에 샐러드에 이것저것 들어가니까.. 8천원 9천원을 받아도 안남는겁니다.

그렇다고,

1만원을 넘게 받으면 엄청 욕먹죠

그래서 나온 전략이 바로 패티가 아니라 고기를 공급하는겁니다.

원가 1000원짜리 고기를 공급해서 직접 가공하게 시키는겁니다.

대신 원가에 들어가는 고기 퀄리티를 높이는거죠

낮은퀄리티에 가공비 들여서 공급하면 소비자들이 짜증내니까

퀄리티는 높으면서 가격방어를 하면서 소스납품수익까지 얻으려면 어쩔수없는 고육책이었죠

그래서 사람들은 그걸 프리미엄돈가스라고 부르기 시작합니다.

그 프리미엄돈가스 시장이 형성되면서,

과거 패티로 공급해서 그냥 튀기기만 하면 되는 식의 프랜차이즈는 전멸하고, 이제 다들 고기를 손질하기 시작합니다.

순대국이랑 비슷해요

고기를 손질해서 보내면 원가율높아지고 안남으니까.. 점주노동으로 원가율을 상쇄시키고,

직접 손질하고 직접 삶았다고 하면서 수제를 내세우면서 고급전략으로 얘길하는거죠

그렇게,

알음알음 그 돈가스값이 10000원을 넘어 12000원 14000원까지 올라가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있어요

가격 저항의 벽: 14,000원짜리 돈까스에 고객이 분노하는 '심리학적' 이유


13000원 14000원 올리는건 좋은데..

과거 경양식집처럼 외식형 식당에서 그렇게 올리는건 괜찮은데..

그냥 좀 더 맛있는 돈가스에 그 비용을 주고 싶진 않는겁니다.

장사적으로 생각하면,

직접 손질하면서 직원써야 하고 점주노동 늘어나고,

인건비 오르지, 수입물가 올라서 고기값 소스값 그 모든것이 올라서 그 가격을 받을수밖에 없는데..

고객심리학적으로 들어가면 그건 잘 모르겠고.. 무슨 돈가스를 그 돈주고 먹어??

그러다보니 어떤 문제가 생기냐면,

직원많이 쓰고 원가는 원가대로 높아지고 그러다보니 결국 많이 팔아야 하는데..

많이 팔아야 되니까 자리도 좋은곳 들어가고, 평수도 크게 들어가서 한방에 손님을 받겠다는 의지로..

나름 유명 브랜드도 선택하고, 나름 인테리어투자도 다했는데..

딱 1년 그 동네수요 흠뻑 흡수하고,

2년차부터는 그냥저냥 올 사람만 오면서 매출등락 심하고

3년차부터는 매출은 있는데 남는건 없어

처음 투자하는데.. 점포비로만 1억이상 시설투자로 2억

어지간한 매출내려면 3억정도 투자를 했는데 .. 투자금회수는 커녕 지금 매출 5천을 팔아도 안남는 상황

더 재밌는건,

그렇게 좋은 자리 .. 많은 투자를 한 그 돈가스집들은 연말이 오면서 다들 전멸..

아무리 불을 세게 켜놓고, 좋은자리에서 오라고 소리쳐도.. 고객들은 안와요

연말에 돈가스집 가고 싶지 않은겁니다.

상상을 한번 해보세요

12월24일..

아니면 어제 12월 31일..

아니면 자식생일... 친구생일.. 연인생일..

아니면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 모임

아니면 간만에 사무실에 차마시러 오는 고객

이 사람들한테 돈가스집 가자!! 이 말이 안나오는겁니다.

그러다보니,

연말의 전멸: 좋은 자리와 비싼 인테리어가 '기념일 수요'를 잡지 못하는 비극


이 3대 한국인특화메뉴중에 하나인 돈가스

김치찌개,제육볶음,돈까스.. 이 미친듯한 수요를 가진 돈가스아이템을 가진 돈가스집들이 결국..

오직 돈까스라는 메뉴만을 좋아하는 그 동네사람들 대상으로 하는 돈가스집을 하다보니.. 점심에만 반짝.. 저녁엔 텅텅 주말에도 텅텅

또 반짝시간에 반짝 팔아야 하니까 반짝 한꺼번에 대응해야 하니까.. 사람을 안쓸수도 없고 받을때 많이 받아야 하니까 홀 서빙도 중요하고 먹고 가고 먹고 가고 치우고 해야하니 ..

거기다가 기껏 그동네사람들 자주오게 하려면 가성비까지 있어야 하니까..싸게 많이 줘야 해요

외식으로 와서 사람들이 먹으면,

사실 양을 좀 덜먹어도 배가 부릅니다.

왜냐면, 식사가 목적이 아니라 대화와 사람과 함께 함이 목적이라서.. 한입먹고 얘기하고 한두입먹고 얘기하고 또 입안에 가득차있으면 또 남친여친앞에서 없어보이고..

그러다보니 몇점 안먹어도 위에서 뿔어요

음식물이 뿔 틈도 없이 점심시간 후루룩 먹는 고객들과는 완전 틀립니다.

음식이 뿔어요..

그래서 배가 올라오기 때문에 사실상 생각보다 많이 못먹습니다.

그래서,

배달파스타집은 200그램 이상 미친듯한 양을 줘야 되지만,

외식형 파스타집은 파스타면양을 130그램정도밖에 안주는겁니다.

200그램 안주고 180그램주는 집은 그래서 욕을 태바가지로 얻어먹고

130그램을 받은 레스토랑손님은 첫인상은 에게~ 이게 모야 왜이렇게 쥐똥만큼주는거야 하고 .. 먹기 시작하지만 다 먹고나면 배부름을 느끼는 신기함을 경험하죠.. 물론 파스타 뿐 아니라 피자나 뇨키같은것도 같이 먹어서 그런것도 있고

어쨌든..

지금 돈가스섭취를 목적으로 한 그 돈가스집들이 망하고 있습니다.

아니 엄밀히 따지면,

망하지도 않고 계속 좀비처럼 유지하고 있어요

손님이 안오는것도 아닌데.. 또 몰릴때는 엄청 바쁜데.. 또 안올때 안오고..

도저히 손익분기를 종잡을수가 없어요

그만둘수도 없고 대안도 없고..

그러다가 대안을 생각한겁니다.

결론: 창플 법칙, 8층에 있어도 찾아오게 만드는 '경양식'의 구조로 승부하라


원래 돈가스의 정체성을 찾은겁니다.

경양식집으로 가는거죠.. 경양식집은 간판 잘보인다고 가지 않아요

돈가스집은 간판 잘보여야해요

남산돈까스!! 무지하게 크게 달려야 합니다. 기사식당 써놓고 그 옆으로 돈까스,냉면 크게 써있어야 하고, 돈가스클럽은 아예 단독건물 사면에 간판 달아맵니다.

하지만 경양식집은 8층에 있어도 올라옵니다.

간판이 안보여도.. 입구에.. 엘리베이터에 .. 그 가게이름 적혀있으면 안심하고 들어갑니다.

그렇게 방배동에 있는 2층 아담한 돈까스집을 보면



경양식집 글로리돈가스..

줄여서 방글이라고 부르는곳







사람들은 검색을 합니다.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갈곳을 찾죠

그 사람들의 목적은 돈까스가 아니라 외식이죠

외식을 찾는데 하필 외식레스토랑 메뉴에 돈까스가 있네

그러면 가야지

이게 되는겁니다.

그리고 다른 돈까스집들 .. 텅텅 빈 연말.. 이 아담한 유동없는 골목2층에 있는 20평대 돈가스집은 만석입니다.

그리고 테이블단가는 엄청 좋죠

점포비 적게 들고,

기존 시설 이용해서 인테리어비 적게 들고,

임대료도 싸죠.. 골목길 2층이니까..

먹고 나가고 회전율이 아닌 테이블단가로 승부하기에 인건비 적게 들고,

퀄리티있게 양이 아닌 퀄리티로 ..

품위있는 식기류에 사진도 고퀄리티로

무엇보다, 상권을 넓게 장사하죠

미친 회전율로 순식간에 한정된 동네수요를 하루 30팀 40팀 50팀 빨아들일때,

이런 경양식집은 품위있게 점심 한바퀴 저녁한바퀴.. 15~20팀정도로 테이블단가는 충분히 나오면서 천천히 수요소진을 시키죠

돈까스창업.. 앞으로 이렇게 해야 합니다.

돈까스라는 메뉴만 보지말고,

화려하진 않더라도 그 돈까스를 수단으로 실제 생존할수 있는 구조를 봐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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