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의 늪—미래의 수요를 앞당겨 쓰고 '싸고 푸짐한 집'으로 박제되는 비극을 경계하라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는 초가성비 식당들이 망하는 이유



선의의 함정: 많이 퍼줘서 망하는 게 아니라, 많이 주는 구조에 갇혀 망한다



많이 줘서 망하는게 아니에요

많이 주는 구조밖에 없어서 망하는거죠

초가성비식당을 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은 대개 비슷합니다. 좋은 마음을 가진 분일 가능성이 높죠

그리고 좋은거 싸게 주는게 음식점의 기본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신분들이 많아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손님이 알아준다는겁니다.

좋은걸 고객들에게 더 싸게 주고 싶다

더 푸짐하게 주고 싶다

더 덤으로 얹어주고 싶다

무한리필이든 셀프바형고깃집이든 돌판 장작구이집이든.. 결국 출발점은 같아요

손님이 와서 감탄할만큼 주면 장사는 된다

뭔가 본질과 진리를 터득한것처럼 들리죠?

실제로 초반성과는 빠르게 나옵니다. 이런 업종들은 시작부터 폭발력이 있을수밖에 없어요 기본전략이 명확하기 때문이에요

대신 자리는 좋아야 해요.. 그들도 잘 압니다. 무조건 자리는 좋아야 된다는걸.. 그리고 평수도 어느정도 갖춰야 한다는것도 알아요

어디서든 보이고 지나가는 사람.. 돌아다니는 사람 눈에 걸리고 발에 걸리는곳에 들어갑니다.

한마디로 초가성비 식당은 메뉴의 특별함보다 일단 가시성 좋은 자리를 먹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초가성비와 좋은자리는 뗄수 없는 한 세트라고 봐야 합니다.

그리고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서 셀프시스템을 이식합니다.

라면도 직접 끓여먹게 하고 계란후라이나 김치전도 부쳐먹게 하고 반찬샐러드도 직접 다 가져가게 합니다.

처음에는 이게 엄청난 감동과 효율로 보입니다.

손님들도 대부분 쌍따봉을 외칩니다.

이가격에 이정도를 준다고?? 하면서 만족하고

사장은 "얼마가 남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만 와주면 고정비는 다 상쇄되것네"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말도 맞아요 이정도로만 계속 365일 5년 10년 계속와주면 이 말이 맞아요

초가성비를 주장하는 식당의 첫 1년은 대개 화려합니다. 언제보던지 그 집은 사람들로 가득차있어요

게다가 이런 업종들은 혼자서 오는것보다 여럿이 와야 더 이득인 구조에요.

메뉴자체가 여럿비 쫙 깔아놓고 먹게 되어있죠. 가족외식,회식,지인모임등으로 묶어서 오는겁니다.

동네사람들 역시 무조건 한번은 오게 되어있어요 아부지가 가족데리고 오고, 친구들 만나면 데리고 오고 회사회식도 그곳으로 옵니다.

수요의 조기 소진: 1년 치 방문 기회를 6개월 만에 다 써버리는 '질림'의 미학


문제는 그 다음부터인데.. 초가성비식당은 시간이 갈수록 손님층이 바뀝니다.

처음에는 셀프빠를 한번 가는 사람, 두번가는 사람,세번가는 사람 .. 라면안먹는 사람 먹는사람 2개먹는 사람 골고루 섞여있어요

그런데 2년차 3년차가 되면 남는 손님들은 세번씩 퍼먹고 세개씩 끓여먹는 손님만 남게 됩니다.

무한리필형 고깃집들이 초가성비를 내세우는 고깃집의 수익성분석에서도 핵심은 원가율을 잘 유지하고 평균섭취량도 어느정도 적정선이 있고 회전율이 살아있어야 하는건데..

처음에는 그게 되는데 점점 더 많이 먹는 고객 비중이 늘고 체류시간도 길어지면서 구조가 흔들리게 되는거죠

두번째문제는 피로도인데..

처음에는 문제가 없어요 남녀노소 누구나 다 만족도가 높아요 가족이랑도 오고 친구랑도 오고 소개도 시켜줍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그 수요라는게 정말 급속도로 소진이 되는겁니다.

원래는 매장하나 생기면 한 동네에서 사람들이 1년에 한두번씩 꾸준히 와줘야 길게 갑니다. 그런데 초가성비식당들은 만족도가 너무 확실하고 즉각적이라 1년은 커녕 6개월 안에도 세번 네번 오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걸 장사하는 사람들은 좋은거라고 할지 모르지만, 제가 보는 관점에서는 그저 미래에 올 손님들을 앞당겨서 끌어쓰는것에 가까워요

한번 다녀간 사람들이.. 맛도 좋고 양도 좋은데 이상하게 이젠 더 가고 싶지 않네.. 라고 느끼는 순간, 그 매장은 재방문의 의지를 가지는게 아니라 그냥 기억속에 만족했던 가게로 남게 되는겁니다.

외식업계는 점점 더 선택지가 많아질수밖에 없고 그래서 갈곳도 많은데.. 한번 몰빵해서 질려버린 수요가 이젠 안온다는거죠

정말 좋은 기억인데.. 그렇다고 또 땡기진 않아.. 이렇게 되는거에요

그래서 초가성비식당의 매출은 어느순간부터 이상하게 돌아갑니다.

매출이 서서히 준다기보다, 들쭉날쭉이 됩니다.

세바퀴 네바퀴 돌던게 어느날 갑자기 한바퀴반밖에 안돌아가요.. 꽉찬건 맞는데.. 회전이 안돼..

이번주 대박이라 안심하다가, 또 다음주엔 매출이 확빠지죠..

억대매출이 예상가능하게 서서히 내려가는게 아니라 예측불가능하게 흔들리게 되는거죠

아예 안되면 모르겠는데.. 또 될때는 되니까.. 희망고문이 되는건데..

문제는 지금 그 매장에 대한 고객들의 인식인데..

그 가게를 특별한 외식공간으로 보는게 아니라, 가서 먹으면 이득보는곳이라고 인식하게 된다는거죠

그곳에 가는게 이득일때 들르는거지, 특별한 외식은 다른곳으로 가고, 그냥 뽀대지게 먹어야 할 애들 있으면 그때나 한번 데려가고.. 이런식

그 다음문제는 자리의존도가 너무 높다는건데..

이런 업종은 특A급 자리에서는 수명이 좀 길어지긴 합니다.

지나가는 사람도 많고 신규손님유입도 꾸준하고 기존동네수요가 질려서 안와도 버틸수가 있죠

그런데.. 그 특A급 자리라는건 한계가 명확하죠.. 그곳들이 다 차고 나면??

초가성비 아이템은 원래.. 갈 생각이 없었어도 자리가 좋아서 그 간판이 보이고 발길에 걸려서..

우리 여기 갈까??

이런식의 유입이 계속되어야 하는데 자리힘이 약해지면 유입이 뚝 끊기죠

그리고 남는건 이미 그 구조를 잘 활용하는 단골뿐이에요.

정체성의 족쇄: 물가 상승에도 가격을 올릴 수 없는 '저가 이미지'의 비극


다음 문제는 .. 가격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는건데..

내면을 보면 당연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지만, 초가성비식당으로 시작한 가게들은 시작부터 싸다라는 이미지로 고객을 모아요

그런데.. 갑자기 환율이 오르고 인건비가 올라서 원가가 올라도.. 소비자가격을 올리기가 힘들어요

왜냐면 고객이 그 가게를 그 돈을 주고 먹고 갈만한 가치가 있는곳.. 맛과 양말고도 갈만한 가치가 있는게 아니라, 그저 싸고 푸짐한곳으로 기억되기 때문이죠

이미 고객들과 약속한 무언의 정체성에 가게가 옴짝달짝 못하는겁니다.

나는 원가고 인건비도 모르겠고 원래 3만원에 푸짐하게 먹었는데.. 왜 그게 4만원이 넘은거야

원래 3만원에도 라면도 주고 전도 주고 계란후라이도 줬는데.. 왜 이제 라면 안줘?? 샐러드바 야채들은 왜이렇게 줄어들었지??

물가상승에 따른 합리적인 이해가 아니라, 그냥 그동안 주고 먹었던 가격에 전과같은 만족이 안되면 섭섭함을 느끼는겁니다.

그래서 가격올리는것도 어렵고, 그냥 주던거 없애는것도 어려워요..

그 다음문제는 일종의 사장이 느끼는 착시인데..

품질좋은것을 가성비있게 줘서 고객들에게 인정받았다고 생각하면서 뭔가.. 검증된 모델이라고 착각을 한다는겁니다.

그 매출은 사실 진짜 충성도에서 나온 매출이 아니라, 초창기 임팩트있게 호기심이 발동해서 들어오고, 괜찮으니까 소개하고, 무조건 한번 더 오는게 이익이라는 마음으로 과잉방문이 섞어서 나온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초반 1년동안 나온 매출숫자로 미래를 계산하면 거의 다 틀린다는거죠

특히 회식,가족외식 여럿이 모여서 방문해서 수요를 급속도로 많이 받는 업종일수록 체감매출은 확 티가 나지만 , 그만큼 수요소진의 속도가 무지하게 빨라요

셀프의 역설: 인건비를 아끼려 도입한 시스템이 사장의 수익을 갉아먹는 과정


그 다음문제는.. 이 셀프시스템인데..

그냥 생각할때는 이 셀프시스템이 인건비가 절감된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고객들에게 그냥 알아서 막 가져가세요!! 라는 시그널을 주는 행위에요

라면 계란후라이 전,반찬,샐러드추가 추가추가 이런것들은 메뉴판에 있는 메뉴보다 더 많은 소비를 해요

시간이 지나면 서비스가 당연하게 되고, 이젠 기대까지 하게 됩니다.

그러면 사장은 더 많이 안주고 줄이면 욕먹고 고객들은 섭섭함을 느끼게 되죠..

아 이집도 변했네..

초가성비식당은 브랜드파워가 있어서 되는게 아니라, 좋은자리,가시성,초반입소문,꽉차있고 줄서있으니까 나도 서야되나? 군중심리,다수가 같이 방문,저가이미지까지 한번에 맞아떨어져 돌아가는 가게에요

반면에 진짜 오래가는 집들은 싸서 오는집이 아니라, 그 집을 먹으러 오는 이유가 따로 있는 집인것이죠

시간이 지나서 초가성비식당 사장님은 의아해합니다.

아.. 이렇게 푸짐하게 맛있게 주는데 왜 손님들이 안오지??

그렇게 서서히 저물어가게 됩니다.

결론: 창플 통찰, 이득이 아닌 '이유'를 파는 식당이 되어야 오래 살아남는다


초가성비식당은 손님을 감동시키는데는 성공하지만, 손님을 오래 남게 만드는데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요

처음엔 모두에게 좋은집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가장 잘 활용하는 손님만 남고,

처음엔 모두가 신선하게 바라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피로도가 빨리와요

처음엔 회전율도 좋지만,시간이 지나면 체류시간이 늘고 도무지 예측이 안되요

처음엔 가격이 강력한 무기였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가격이 족쇄가 됩니다.

많이 주는것 말고도 손님이 남는 이유를 만들어야 합니다.

오래 살아남는 식당은 결국 이득이 아니라, 그 고객들이 와야될 이유가 있고 취향이 명확하고 명분을 줘야 하고 분위기가 채워져야 하고 관계를 그곳에서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야하고.. 그렇게 와야 될 이유가 많아야 해요

초 가성비식당은 이것들을 만들기 전에.. 너무빨리 고객들 수요를 순식간에 소진시켜서 질려버리게 만든다는 얘깁니다.

그러니까.. 초보창업자들은 이런걸 그냥 대박집이라고 보시지 않았으면 합니다 .. 우리같은 초보창업자들이 해야 할 창업이 아니에요

물론 안망하는 방법이 있긴 합니다.

서울에 딱 하나만 있으면 됩니다.

전국에 딱 하나만 있으면 됩니다.

상권불문 희소성이 있다면 그건 고생스럽긴 하겠지만 오래 살아남는게 가능할겁니다.

하지만,

이런식으로 여러개 점포가 있다던지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있다던지,

다른 비슷한 브랜드들이 난립한다던지..

이러면 그 끝이 좋을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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